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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초짜] ⓼ 아카시아 장아찌처럼, 절여지는 중입니다 - 김포에서 절여지는 법, [김지영 연재]

김지영 시민기자 | 기사입력 2026/05/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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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초짜] ⓼ 아카시아 장아찌처럼, 절여지는 중입니다 - 김포에서 절여지는 법, [김지영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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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5/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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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반찬으로 절여 먹는 사람들이 있다." 

 

5월이 되면 김포의 야트막한 산과 들녘은 온통 하얀 아카시아—정확히는 아까시나무—꽃으로 뒤덮인다. 이 꽃을 송이째 따서 간장과 식초에 절이면 '아카시아 장아찌'가 된다. 김포 토박이들에게는 익숙한 봄철 별미이지만, 30년 넘게 아파트만 살다 온 나에게는 그야말로 미지의 음식이었다.

 

이사 후, 단독주택의 가장 큰 적은 벌레도, 잡초도, 결로도 아니었다. 고립감이었다. 아파트는 관리실 음성 안내라든가, 엘리베이터 안 전단지 등 단지 안의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대문을 닫는 순간, 마을의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다. 아파트처럼 온라인 커뮤니티도 없다.

 

나는 E 같은 I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두려워하는 사람. 낯선 동네에 정착한다는 건, 그런 나에게는 작은 공포에 가까웠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 곳이 '당근'이었다. 중고거래 앱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동네생활' 탭에는 동네 모임 정보가 따로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는 신도시 특성상 비슷한 시기에 이주한 30~40대가 많아, 이 카테고리가 특히 활발한 편이다.) 

 

그중 눈길을 끈 곳은 러닝 모임. 하지만 정작 매력은 달리기가 아니었다. 모임 안에서 수시로 작은 '벙개'들이 열렸다. 등산 벙개, 자전거 벙개, 황톳길 걷기 벙개, 타로 벙개, 치맥 벙개, 심지어 다이어트 벙개까지.

 

가입 후 내가 처음 한 일은 관찰이었다. 채팅방을 켜두고 그들이 어떻게 인사하고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는지 한참 지켜봤다. 부끄러웠기 때문에.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바로 지난주, 3개월 만에 첫 모임을 나갔다.

 

숲길이 너무나 예쁜 모담산을 한 시간 남짓 산책하듯 걸은 뒤, 각자 가져온 간식을 꺼냈다. 수박, 떡, 아몬드, 참외, 삶은 계란. 간식이라 하기엔 푸짐한 한 끼 식사였다. 

 

그때 누군가 조심스럽게 꺼낸 것이 바로 아카시아 장아찌였다. 줄기째 매달린 꽃송이가 간장 빛으로 절여져 윤기를 머금고 있었다. 삶은 달걀 위에 한 송이 올려 한 입. 짭조름하고 새콤한 뒤끝에 은은한 꽃향이 따라왔다. 

 

난생 처음 본 음식, 처음 만난 사람들, 처음 웃어보는 종류의 웃음. 정해진 시간이 끝나자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불편한 사적 질문도 없이, 적당한 거리감을 지키면서 곁을 내어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처음 느껴본 감정이었다.

 

이사 후 두려움을 이기는 법을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한 번에 어울리려 하지 말 것. 아카시아 꽃이 장아찌가 되듯, 사람도 동네도 마찬가지다. 머무르고, 스며들고, 기다리는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그 동네의 맛이 든다.

 

오늘도 나는 천천히, 아카시아 장아찌처럼 김포에 절여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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