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절기로는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있으면서 여름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는 입하(立夏)이지만, 며칠 전에 내린 비 탓인지 아침 기온은 10도를 밑돌며 서늘한 게 선뜻 옷 고르기가 망설여집니다.
커진 일교차 탓인지 바튼 기침을 해대는 감기 환자도 많아진 것 같고, 옮겨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작물들도 활착이 더딘 듯합니다.
그나마 낮에는 기온이 제법 오르고, 달궈진 대지의 따뜻한 기운을 바람이란 녀석이 열심히 쓸고 다니며 이곳저곳 골고루 채워주니 꽃은 꽃대로, 새순과 들풀은 또 그들대로 열심히 색깔 단장도 하고 이파리도 넓혀가고 있습니다.
세상일이 어디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겨우내 땅속에 웅크리고 있던 잡풀들도 비죽비죽 고개를 내미니 이제 풀들과의 전쟁이요, 땅으로 기거나 날아다니는 벌레들이 달라붙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틈새만 호시탐탐 엿볼 테니 벌레와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물론, 농작물을 위협하는 병충해도 막강한 전투력을 갖춘 적군입니다.
24절기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이 각각 있습니다. 하지만 입춘은 이름만 봄이지 사실상 매서운 한파가 많이 남아 있는 시기이고, 입추 역시 한여름 폭염이 절정을 이루고 있을 때인 경우가 많으며, 입동 또한 오히려 단풍이 가장 곱게 드리운 때에 들기 쉽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나마 입하가 나름대로 늦봄과 초여름의 정취에 가장 근접해 있는 절기로 보입니다.
입하를 즈음해서는 모판의 모들이 왕성하게 자라고 보리이삭들도 패기 시작하며, 비 온 후 마당에 지렁이가 보이고 개구리 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또, 아직까지는 향이 살아 있는 쑥을 뜯어다가 여러 가지 떡과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며칠 전 누님께서 강화에서 뜯어 오셨다며 쑥개떡을 보내 주셔서 맛있게 먹었는데, 어머니가 해 주시던 쑥버무리와 쑥된장국이 생각나는 걸 보니 나이를 먹을수록 입맛은 기억과 추억을 찾는 것 같습니다.
우당탕탕 기운차게 흐르는 농수로 대간선 물줄기가 메말라 있던 너른 벌판을 적시며 물을 채우고, 왜가리와 백로가 겅둥거리며 물고기와 개구리로 배를 채웁니다.
입하이면서 어린이날인 오늘, 선거철이라 말잔치가 여기저기 벌어지는데, 절기처럼, 어린이들처럼 정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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