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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찬PD 인사이트] ‘달콤한 인생’ 각본집, 우리가 본 건 절반이었다

화면에서 보지 못한 다른 감정의 이야기들

박희찬 | 기사입력 2026/03/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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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찬PD 인사이트] ‘달콤한 인생’ 각본집, 우리가 본 건 절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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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6/03/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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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달콤한 인생은 2005년 4월 1일

각본집은 2025년 4월 1일

 

인생 영화 중 손가락에 꼽히는 작품이다. 각본집을 읽고 영화를 다시 봤다. 이미 수십번은 본 영화이지만 또 다시 새로움을 접하는 시간이었다. 각본집을 통해 이야기 하려는 의도와 숨은 심정들이 많이 해소가 되어 기뻤다. 그냥 읽고 넘기기 아쉬워 기억에 남는 각본집의 이야기 몇개를 해본다.

 

영화는 느와르 그 자체. 아직까지 내 마음속 대한민국 최고의 느와르 작품이다. 외롭고 쓸쓸하고 차갑고 무섭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가끔 블랙 코미디가 있는 장면들이 그 긴장감을 풀어주곤 했다. 각본집을 보니 이해가 갔다. 전체적으로 블랙 코미디가 영화에 스며들어있다. 영화보다는 각본집이 좀 더 인간적이고 현실감이 큰 영향을 줬다.

 

각본집과 영화의 큰 차이는 초중반부가 두드러진다.

 

 

# 초반의 한식집 식사 장면.

의외였다. 영화에서보다 훨씬 강사장과 선우의 사이가 생각보다 가까웠고 친했다. 그냥 브라더였다. 이 부분을 읽으며 바로 이런 느낌이 왔었다. 이렇게 친한 사이여서 작은 오해에 서로 오해가 겹치고 그 오해의 오해가 미움으로 변했었구나.... 라고....

원래 많이 믿고 의지했던 사람의 배신 또는 믿음의 파괴가 마음을 찢어내고 기억에서 없어지지 않기 마련처럼 말이다.

 

강사장이 선우에게 장난치고 어린애 처럼 군다. 그런 표현은 평소에도 저 둘은 충분이 그 이상의 교감이 있었다 생각한다. 물론 선우도 그런 강사장이 좋고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모시면서 함께 달콤한 인생을 그려나가려는 동생이자 충신이자 부하였다고 보인다. 영화에서는 삭제된 강사장의 인간다운 모습이 영화 전체적인 무게감은 확실하게 실어줬지만 강사장과 선우의 사이가 얼마나 가까웠고 서로 아끼는지가 생략되었던 것이다. 이 부분은 전체적인 무게감을 위해 잘 삭제 되었다는 느낌과 그 둘의 브로맨스가 생략되어 영화 말미에 왜 그렇게 싸우는지에 대한 이유가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슬펐다.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문석은 짧은 등장이었지만 정말 극본을 뛰어넘는 연기를 했고 연출 또한 훌륭했다. 또 하나 발견할 수 있었던건 문석 포함 셋이 가까운 사이였다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냥 무례할 수 없을 것이고 편하게 앉자마자 식사를 시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부분도 슬프긴 마찮가지였다. 그나저나 김뢰하 배우님은 정말 이 영화를 위해 존재하신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빼놓으면 안될 배역이었다.

 

 

# 희수의 첫 등장.

희수의 집에서 처음 만날 때 영화에서 삭제 된 부분이 있었다. 그녀의 청순미를 높이는 장면이 있었고 선우는 그런 그녀에게 자신도 모르게 흘러 들어가고 있었던 부분이다. 완벽해 보이는 선우가 차키를 놓고 간 것까지 모르는 것도 선우는 희수를 보자마자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충분히 암시해줄 부분이었다. 그 후 클럽에서 멀리서 멍하니 희수를 쳐다보다 옆사람들에게 창피를 당하는 모습. 그리고 화장실에서 세윤과 부딫히고 음료를 쏟고 좋아하는 선우의 모습. 이 모습들에서 이미 선우의 감정선은 관찰에서 관심으로 넘어갔다고 보인다. 영화의 무게감을 위해 연출적으로 축소 삭제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 약간만 아주 약간만 더 설명을 주었다면.... 영화가 너무 쉬웠겠지?

 

 

# 유미라는 존재의 삭제.

유미의 존재 자체는 선우도 여자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의 표현이었고 외로워 보이는 선우를 아끼고 챙기려 하는 누군가 있었다는 것이라 보인다. 하지만 영화상에서는 유미 캐릭터는 아예 삭제 되었고 민기가 유미의 역할까지 감당하며 브로맨스를 더하는 방향으로 연출 되었다. 이 부분도 역시 영화 전체적인 색깔을 살리는데는 큰 힘을 준듯 하다. 선우에게는 일과 강사장 밖에 없다는 상황이 더욱 증폭되게 만들어 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궁금은 했다. 어땠을까? 유미가 있었다면

 

 

# 백상기획 사무실과 백사장의 등장

백사장의 첫 등장은 각본집에서는 좀 더 어둡고 무겁고 살벌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극중 가장 악인 중의 악인의 느낌으로 말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들도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더해졌고 백사장을 연기한 황정민 배우의 특유의 재치가 이 캐릭터를 더욱 완성 시켜주는 모습이라 너무 좋았다.

 

이쯤에서 영화를 다시 보며 느꼈다. 미쟝센은 2005년의 수준이 아니구나... 스카이라운지의 달콤함, 호텔 통로의 축축함, 한식집의 무게과 정교함, 희수 집의 아련함, 백상기획 사무실의 눅눅한 냄새... 정말 저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미술로 큰 힘을 발휘했다고 정말 많이 높이 평가해본다.

 

 

# 희수 녹음실 연주 장면

희수가 이 영화의 메인 테마인 Romance를 연주하며 녹음하는 장면. 영화에서는 선우의 일방적인 감정 변화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각본에서는 희수와 동료들의 유연한 대화가 있고 화기애애한 웃음을 나눈다. 거기에 선우는 멀리서 자기도 모르게 같이 웃고 있는 장면이 있다. 선우의 일방적인 감정 변화와 함께 공감하고 싶은 애정까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본다. 그 연결이랄까 영화의 말미에선 희수가 선우와가 서로 눈빛을 나누고 서로 충분히 교감하고 있다는 무언의 장면이 있었다. 정말 이 장면은 슬프기만 했다. 정말 둘이 이뤄질 수 있었던 건가 하는 상상도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 위치에서 서로 교감이 깊으면 개연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당연히 그래서 영화에서 그렇게 절제하고 참아 넘긴것 같다.

 

 

# 다시 찾아 온 희수네 집

선우가 세윤을 일방적 난타 후 쫒아내고 공포스러운 삼선교 오무성을 만난 후 다시 희수의 집으로 찾아가는 장면이 각본집에 있다. 여기에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중요한 희수의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저 때문이었어요?" 라는 말. 결국 선우는 이 말에 대답을 못했고 나중에 강사장이 선우에게 하는 질문으로 반복된 "너... 그애 때문이냐?"로 연결된다. 꽤 중요한 희수의 한 마디었다고 생각된다. 영화에서는 선우의 집착과 연약함을 위해 삭제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허나 대사의 복선과 암시는 정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선우는 흔들렸고 그걸 희수도 감지 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야 왜 선우가 저러는지 강사장은 또 왜 그러는지가 많이 공감이 될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지금의 영화 그 자체가 좋다.

 

# 선우 매장 장면

선우가 오무성에게 끌려갔다 강사장을 만나고 땅에 뭍히는 장면. 여기에서도 정말 중요한 대사가 있었다. 선우가 모든 위기를 넘기고 차타고 도망가면 문석이 강사장에게 보고를 한다. 각본집에서 이때 강사장이 "이게 아닌데..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라고 한다. 이는 강사장 역시 선우를 죽일 생각은 없었고 조폭식으로 야단을 칠 생각이었다고 이해가 간다. 위의 대사는 정말 강사장이 선우를 걱정하는 모습도 느껴졌고 후회하는 느낌도 들었다. 조직의 보스로서 멈출 수 없을 뿐 서로 다른 생각으로 다른 길을 가는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선우는 강사장의 집으로 가서 강사장의 딸 수지를 잡고 대화를 한다. 왜 그랬냐고. 7년간 개처럼 일한 나를... 이 명대사가 여기서 나왔었다. 그리고 서로 몸싸움이 있었고 선우는 여기서 자기를 잘못 건디렸다고 몸 간수 잘하라며 사라진다. 영화에서는 이 대사들이 스카이라운지 살육전 전에 있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영화에서 강사장이 욕조에 앉아있는 짧은 신으로 대체 되었다. 선우의 감정으로는 각본집의 흐름이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의 전개상 선우가 탈출해서 바로 달려가 따지기엔 너무 급하고 가벼운 느낌이 있었을 것 같다. 이 역시 둘의 사이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지만 (강사장의 딸 이름까지 알고 있는 선우) 영화 전체적인 무게에 집중을 잘 한것 같다는 생각이다. 젊은 선우와 중년의 강사장이 1:1로 붙기에는 연출이 설득력을 잃을 수 있는 위험성도 있었다고 본다. 삭제본 영상을 보면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이었다.

 

 

# 빙상장 위에서의 백사장의 죽음

백사장이 선우에게 총맞아 죽는 장면. 이 장면은 위의 검은우산들 부감샷과 함께 최고의 장면이라 생각한다. 각본집에는 여의도 공원이었다. 하지만 빙상장으로 바뀌어 연출된 것이다.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차갑고 흰 얼음 위에 붉은 피. 무섭게 울리는 총성소리. 고립된 공간등이 백사장의 죽음을 더 강렬하게 만들어 줬고 명대사를 나누는 감명적인 신으로 재탄생 되었다고 생각한다. 로케이션의 승리다.

 

 

#스카이라운지 살육전

이제 마지막 살육전이 펼쳐지는 라돌체비타 스카이라운지. 저곳에 도착 전 선우가 화장실에서 피를 닦고 정리를 하는 순간이 있다. 각본집에서 그 때 희수는 선우가 준 스탠드를 받고 전화를 한다. 약간의 안부를 묻고 선우는 애써 웃으며 살게 되면 다시 전화한다고 하고 끊는다. 그래서 살육전 후 죽기전에 다시 전화를 한 것같다. 이런 인과관계는 영화상 빠른 마지막 피날레를 위해 생략이 된 것 같다. 전체적으로 선우와 희수의 접촉을 영화에서는 극히 자제했으니 이제는 왜 그랬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그 후 각본집과 영화의 가장 크고 대반전의 장면이 있다. 바로 강사장의 죽음 장면. 각본집에서는 선우가 죽이지 않았다. 누가 쏜 총에 맞은지도 표현이 안되어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선우가 직접 쏘는 연출이 되어있다. 이 부분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정말 선우는 친형같은 강사장을 죽이려 했던것인가? 아니면 마지막으로 가서 응석을 부리고 싶었던 것일까? 각본집과 영화의 표현이 정반대라 이부분은 더더욱 궁금해지면서 슬퍼지는 장면이었다. 누가 죽였을까... 죽였다면 왜 일까... 허나 그 무엇이었든 슬프기는 매한가지다. 서로 그렇게 믿고 아끼고 챙기고 했던 사이었고 그 둘은 이렇게 된 상황이 너무 싫었을 것이다. 되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 답은 안하고 질문만 한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그리고 "왜 그랬냐...." 그것도 명확한 이유를 서로 모른채 말이다... 그냥 서로 답을 하고 악수하고 포옹하고 울었으면.... 영화가 아니겠지만...

 

 

영화 달콤한 인생.

각본집은 너무 슬프고 아련했다. 다시 본 영화는 미쟝센이 뛰어났고 촬영, 음악, 의상 등 뭐 하나 점하나 찍을 곳이 없이 촘촘했다. 그리고 배역 캐스팅을 정말 예술이라 생각한다.

 

선우의 이병헌, 강사장의 김영철은 말이 필요 없이 그냥 선우와 강사장 그 자체 였다. 당시 이병헌은 너무 깔끔하고 멋졌고 김영철은 중년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희수의 신민아... 20대 초반의 토끼같은 모습은 낯설었지만 정말 신비롭고 아련했다.

백사장의 황정민... 무서웠다...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많이 알지 못할 떄 였다. 그래서 그냥 무서웠다.

문석의 김뢰하... 존재감이 상당했다. 살인의 추억때 보다 더 볼만 했었다.

오무성의 이기영... 감독의 전작과 비슷한 해결사지만 그 결이 상당히 거칠어서 역시 무서웠다.

명구 오달수... 올드보이에서 그랬듯 극에서 강력한 감초역을 제대로 했다. 어쩜 저렇게 냄새나게 만들어 놨는지...

태웅 김해곤... 못알아 볼 뻔했었지만 짧은 대사 전체를 외울 정도로 강렬했다.. "한사장? 어디 한사장~ 아~ 한상식이~"

 

그리고 태구의 에릭... 문정혁...

다른 장면은 평이했지만 저 비니를 한큐에~ 그냥 한방에 뒤집어 쓰는 장면은 진짜 전국의 남자들에게 도전 의식을 줬었다. 나도 해봤는데 저거 진짜 잘 안된다. 된다 하더라도 머리가 엉켜 불편하다. 그런데 저렇게 멋지게 한번에 쓰고 몇 초만에 한방 쏘고 총을 돌리는 멋짐은 잊을 수 없다.

 

 

a bittersweet life....

영어 원제는 달콤하지만은 않다. 극중 스카이라운지처럼 la dolce vita 스럽지도 않다.

꽤나 슬프고 아련한 느와르 작품이었다. 동시에 멋이라는 것이 넘치는 작품이었다.

 

 

영화 '달콤한 인생'을 아끼는 분들이라면 이번 2025년 출간한 각본집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리고 다시 영화를 보면 그때야 완성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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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찬PD

-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영대학원 광고미디어MBA 석사

- 김포투데이 대표

- '슈퍼크리에이티브디지털콘텐츠연구소' 대표 PD

- 前) 김포대학교 유튜브크리에이터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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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한테왜그랬어요 2026/04/07 [12:16] 수정 | 삭제
  • 이거는 한번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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