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4년 기준 약 98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2%를 차지하며, 2025년에는 20%를 돌파해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45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전체의 3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령화와 함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가 있다. 바로 치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치매환자 수는 약 102만 명이며, 2040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진단 이후 요양 및 간병 비용은 연간 평균 2,000만 원에 달할 만큼 사회적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사회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초고령사회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년층 케어에 대한 국가 재정 부담은 커지고 젊은 세대의 세금 부담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현실은 치매는 아직까지 완전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들이 베타아밀로이드 억제제를 중심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 FDA가 2021년 승인한 치료제 ‘아두헬름(Aduhelm)’과 2023년 승인된 ‘레켐비(Leqembi)’ 등이 있지만, 이는 치매의 진행을 일부 지연시킬 뿐 근본적 치료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과 조기 개입, 그리고 일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인지 활동 기반 돌봄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다. 그 중심에 바로 경로당이 있다. 2024년 9월 기준으로 전국에 약 69,000개소의 경로당이 있고 김포시에는 2025년 2월 기준, 총 376개소의 경로당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마을마다 하나씩 설치된 경로당은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생활밀착형 인프라이다. 하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단순한 쉼터나 바둑, 장기, 고스톱 등 제한된 여가 활동 위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용하지 않는 어르신들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경로당은 단순한 여가 공간이 아니라 치매 예방과 건강한 노년 설계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재설정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여가 공간을 넘어, 건강관리, 인지 교육, 정서 지지, 소통과 운동이 통합된 복합 커뮤니티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과 스마트 기기를 접목하여 경로당 운영의 효율성과 프로그램 효과를 향상시킬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치매예방을 위한 두뇌 훈련 활동, 맞춤형 운동, 소그룹 교육 프로그램 등이 확대되어야 하며, 다양한 니즈를 가진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찾고 싶은 곳’으로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질과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경상북도에서 운영 중인 ‘경로당 행복 선생님’ 제도는 경로당을 중심으로 건강한 노년을 설계하도록 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제도로 평가된다. 경로당 행복선생님은 경로당에 직접 방문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어르신들의 건강, 교육, 정서, 소통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경로당 행복선생님은 사회복지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자격을 가진 인력이 주로 활동하고 있어 공공 일자리 관점에서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르신들의 경로당 행복 선생님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도 치매국가책임제, 노인일자리 확대,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등을 통해 어르신을 위한 정책을 확대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실제로 기능하는 공간이 없다면 실행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로당이야말로 초고령사회 대응의 최전선이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상북도에서 운영하는 경로당 행복선생님 제도는 경로당의 노년 복지 플랫폼 기능을 고도화시키는데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물리적인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경로당의 ‘콘텐츠’를 강화할 때이다. 어르신 개개인의 인지 상태와 건강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 제공, 교육과 여가의 연계,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소통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경로당은 단순한 과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로당이 마을의 중심에서 건강한 노년을 설계하고, 치매를 예방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복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때,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를 슬기롭게 준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칼럼니스트 소개) 현)김포투데이 대표 전)김포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 전)제8대 김포시장 무소속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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